독서 습관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

🗓 2020-10-05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했었다. 습관적으로 SNS를 열면서 “이럴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하고 자주 생각했지만 SNS 아이콘을 터치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하루 25분 실행하기: 하루를 대하는 14년차 개발자의 자세” 에서 밝혔다시피 아직 다독가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나름 습관 만들기에는 성공한 것 같다.

독서 습관을 만들면서 알게 된 몇가지 좋은 팁을 공유한다.

읽기 속도 측정하기

독서 습관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책 읽는 속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책을 읽을 때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대략 100페이지를 읽을 때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측정해두면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소요되는 시간을 알 수 있고 한 달이면 몇 권을 읽고 1년이면 몇 권을 읽을 수 있을 알게 된다. 책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파악하면 책 한 권 완독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작은 시간으로도 책을 꽤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다른 동기도 필요하겠지만 독서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은 큰 동기가 된다.

읽기 속도를 측정할때 추천하는 곳은 서점 혹은 도서관이다. 책을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새로운 자극도 되고 혼자 읽는 것보다 좋다. 마치 카페에서 공부나 일이 더 잘되는 것과 같다. 자 이제 큰 마음 먹고 시간을 내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보자. 평소에 알고 싶었던 주제에 대한 책이나 일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집어들고 읽어보자. 읽기 전에 스마트폰에서 스탑워치를 켜고 시각을 측정한다. 우리가 알고 싶은건 100페이지를 읽는데 드는 시간이다. 왜 50페이지 가아니고 100페이지 일까? 50페이지는 부담은 없지만 완독에 가까워지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 100페이지라는 단위는 그렇게 3~4번만 읽으면 책 한 권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다. 동기부여 측면에서 100페이지라는 단위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50페이지 속도를 측정하고 2를 곱할 수 도 있겠지만 50페이지를 읽을때와 100페이지를 읽을때는 집중력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때문에 부정확하다. 나는 100페이지당 1시간 10분(+-10) 정도가 소요됬다. 그냥 외우기 쉽게 한 시간당 100페이지라고 정했다.

계획하기

책 읽기 속도를 적절히 측정했다면 구체적으로 책을 얼마나 읽을지를 정한다. 나는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읽고 싶었다. 책 한 권에 400페이지라고 가정하면 내 책 읽기 속도로 한 권을 읽는데 드는 시간은 4시간이고 넉넉잡아 5시간이라고 치자. 한 달에 독서 목표치를 채우려면 총 10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을 하루로 나누면 10시간 * 60분 / 30일 = 20분이다. 하루에 20분씩 읽어야 한다. 일주일에 140분을 소화해야 한다. 조금 여유를 좀 두면 일주일에 2일 정도는 못 읽을 수도 있다. 140분 / 5일 = 28분이다. 일주일에 최소 5일을 28분씩만 읽는다면 한 달에 책 두 권을 읽을 수 있다. 28분은 시간이 애매해서 25분으로 정했다. 이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한 달에 두 권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한 달에 두 권 이상을 읽고 있다. 이렇게 적은 시간으로도 꾸준히만 읽는다면 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마 내가 지금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이었다면 일주일에 한 권을 목표로 잡았을 것이다. 하루 한 시간이면 한 달에 네 권 이상을 읽을 수 있다.

마킹하기

지금부터는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면서 읽는다. 감명을 받은 내용이나 언젠간 도움이 될 내용 등 아무튼 다시 꺼내 읽어야 할 내용은 마킹을 한다. 나는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데 출퇴근시 책을 읽을때는 자칫하면 집중력을 잃기 십상이다. 중요한 부분을 마킹하면서 읽으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의식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찾으려는 노력이 집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릴 정거장을 놓칠 수도 있다. 지하철은 거의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는 타이머를 맞춰둔다.

전자책은 가볍기도 하지만 마킹하기도 수월하고 나중에 찾기도 쉽다. 그래서 책은 주로 전자잉크 리더기를 이용해 전자책으로 보고 있다. 여담이지만 종이 책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인 수집에 회의를 느끼고 있어서 되도록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꼭 필요하지만 아직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기 힘든 책의 경우에만 종이책을 직접 구매한다. 하지만 구매한 종이책도 스캐너를 이용해 전자책으로 만들어 읽는다.

회사나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대여해서 읽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마킹하기가 난감하다. 개인소유가 아니니 펜을 이용해 마킹할 수도 없다. 그럴 때는 카메라와 손가락을 이용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락이나 문장을 손가락으로 지시하고 카메라로 찍는다. 지하철에서 책 사진을 찍을 때는 카메라 소리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데 그럴 때는 쫄지 말고 누가 봐도 “아 저 사람 책을 찍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큰 동작으로 당당하게 찍는다. 그리고 카메라 방향이 여성을 향하게 찍지 않는다. 세상이 흉흉하니 사진 찍는 소리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초반에만 당당하게 잘 어필해두면 그 전철 세션은 더 신경 쓸 일이 없다. 이렇게 찍은 책 마킹 사진들은 구글 포토에 넣어서 책 단위로 앨범을 만들어 두면 관리하기 쉽다. 이미지를 회전하는 등의 편집도 가능하고 OCR로 검색도 된다.

정리하기

책을 읽은 뒤에는 체크한 부분을 따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필기구와 노트로 필사해도 놓고 자주 사용하는 노트 앱에다가 정리해도 좋다.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도구라면 좋다.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시는 분들은 노트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두는 등 일종의 독후감 형식으로 쓰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그게 제일 좋을 것 같긴 하다. 나는 아직 그렇게 하진 않는다. 적어도 줄 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요약하는 것이라도 하자. 이것도 벅차다. 읽는 속도를 정리하는 속도가 못 따라온다.

최근에는 노션을 이용해 테이블 형태로 독서 상황을 체크하는 목록도 함께 만들고 있다. 시간이 거의 안 드는 작업이지만 생각보다 쏠쏠하다. 제목, 저자, 카테고리, 시작일, 완료일, 상태(포기, 완독), 책 형태(종이책, E book), 개인 평점 등의 내용을 테이블 형태로 정리한다. 읽은 책들을 나열해두면 동기부여도 된다. 리디북스의 구독형 서비스인 리디 셀렉트를 이용하고 있는데 다양한 책을 쉽게 볼 수 있다 보니 각기 다른 카테고리의 책 여러 권을 함께 읽고 있다. 그러다 보면 중간에 끊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본다든지의 상황이 생기는데 시간이 흐르면 뭘 읽었는지 까먹는다 그럴 때는 이런 목록이 도움 된다.

마치며

요즘은 책을 마치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본다. 무슨 말인가 하면 책 한 권을 다 읽은 뒤에 다른 한 권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권을 읽고 있다. 한 권 한 권 정주행 하지 않는다. 소설책 한 권, 경제 관련 서적 한 권, 업무 관련 서적 한 권 이렇게 다른 카테고리로 한 권씩 읽는다. 넷플릭스에서 여러 장르의 시리즈물을 기분 내키는 대로 보듯이 말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읽는 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내 주 목적은 독서의 습관화다. 물론 바로 알아야 하는 지식이 있는 경우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한 권을 빨리 읽어야겠지만 그건 독서 습관의 범주가 아니고 학습이나 연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심심하면 TV를 켜고 원하는 채널로 돌리듯,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켜고 원하는 영상을 보듯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없다면 책도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 책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게 된 것도 전자책의 구독제 서비스 덕이다. 바로 넷플릭스의 모델이다.

하루만 마음을 다 잡고 자신의 독서 속도를 측정해보자. 독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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